전 세계적으로 Web2.0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2005년부터 많은 기업들이 Web2.0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국내(한국)에서는 '네이버(www.naver.com)'라는 디렉토리 검색 서비스가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네이버나 '다음(www.daum.net)' 등이 포털과 검색 뿐만이 아니라 데스티네이션 사이트로서의 기능까지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Web2.0 서비스의 개발은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네이버에 의해 '키워드에 따른 검색(주1)'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사용자 베이스를 가진 대한민국 시장에서는 Web 2.0이란 아직도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도 조금은 사정이 나은 일본을 보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Web2.0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전 소개한 적 있는 하네타 익명 블로그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최대의 광고 대리점인 '덴츠'라는 공룡조차 Web2.0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나서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최대의 가격비교 사이트인 카카쿠(www.kakaku.com)은 일찌기 Web2.0의 중요성에 눈뜨고 2005년 말 '디지털 가레지', '피아' 등의 사이트를 합병해 아예 '주식회사 Web2.0(www.webtwo.co.jp)'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주식회사Web2.0이 선보인 Web2.0 기반의 서비스가 'Pingking(http://pingking.jp)'이라는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포털이다.
카카쿠는 상품에 대한 DB를 기반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카카쿠의 가장 중요한 컨텐츠는 가격비교이며, 이 가격비교 모델을 그대로 카피한 사이트가 국내의 '에누리 닷컴(www.enuri.com)'과 '다나와(www.danawa.com)' 등이다. 카카쿠가 가져가려고 한 것은 애당초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였고, 수많은 상품의 DB와 그 상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구치코미(口コミ, 입소문) 즉 사용자 리뷰 등이었다. 처음부터 이것을 철저하게 구조화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그 자체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Web2.0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사이트의 구조화, DB화, 규격화인 동시에 개방과 참여의 유도인 것임을 상기해봤을 때 카카쿠도 완전한 형태의 Web2.0을 지향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인물 DB를 생성하기 위한 CGM 사이트'라는 것을 컨셉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 PingKing이었다. 그렇기에 동화와 사진 등의 컨텐츠와의 연동, 블로고스피어로서의 성격을 추가하고 폭소노미 기반의 분류를 도입하고, 테크노라티의 검색 기술을 도입하는 등 상당히 진취적인 사이트로서 출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일본의 이런 기업들은 지극히 일본적인 정서가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본래 PingKing의 목적은 단순히 유명인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단기적으로는 유명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카카쿠의 상품 데이터베이스처럼 만드는 것이지만, 나아가서는 인터넷 등을 통해 활동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저참여를 통해 만들어서 신뢰성 높은 인재DB를 생성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기업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사회의 분업화와 전문분야의 세분화가 진행되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가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하는 인재를 원하는 곳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사람의 직장 경력이나 프로젝트 경험만이 아니라, 불확실한 다수에 의한 신뢰의 확보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사실 웹을 기반으로 한 인물DB를 구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종적인 지향점은 이러한 개방형 인력DB일수밖에 없다.
문제는 PingKing은 인물DB의 생성을 참여-개방-공유의 기본 이념을 기준으로 만들지 않았다는데 있다. CGM사이트를 표방하면서도 플랫폼을 개방하지 않았으며, 유명인사전은 유저들의 요청을 받아서(사전추가리퀘스트라는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내부에서 작성한 유명인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 결국 2006년 7월에 오픈한 PingKing에 있는 유명인 DB의 수는 고작 300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비스 1년도 되지 않은 2007년 3월 15일에는 PingKing을 전문가DB에서 '블로그 네트워크 사이트'로서 성격을 변경하기에 이른다. 최강의 인물 검색 서비스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저그런 SNS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일본의 기업 정서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플랫폼을 개방한다거나, 특정 정보에 대한 책임 소지를 불분명하게 한다는 것은 혁명적이라기보다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반사회적인 생각이다. 그렇기에 Web2.0을 표방하고 시작한 수많은 사이트들이 결과적으로는 PingKing처럼 철저하게 패쇄적인 형태로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다. 일본에서 성공한 개방형 커뮤니티는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Wikipedia의 일본판 서비스(http://ja.wikipedia.org)와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투채널(www.2ch.net) 밖에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들 사이트가 성공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웹 유저는 참여-개방-공유라는 키워드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이것은 기업의 정서적인 문제가 더 큰 부분이랄 수 있겠다.
현재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 Web2.0에 대한 서적 중 단어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서비스 동향과 향후의 비전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들은 대부분이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다. 이건 다시 말해 일본도 Web2.0의 기술적인 협의나 Web2.0 사업 모델 개발에 있어서는 상당히 앞서 있다는 증거다. 다만, 컴맹 수준의 지식밖에 보유하지 않은 대다수의 일본 유저들과 그보다도 더 못한 IT 지식을 갖고 있는 나이든 투자자들, 여기에 패쇄적인 기업 정서까지 맞물려 미래지향적인 컨셉을 형편없는 카피 사이트로 전락 시키고 있는 것이다.
*주1. 구글(www.goole.com)이 웹 비즈니스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불량 사이트들의 변칙적인 SEO(사이트를 검색 순위 상위로 올리는 기술) 테크닉을 페이지 랭크 등의 기술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필터링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웹 환경은 네이버 등이 제시해주는 정해진 키워드만 주로 검색을 하기 때문에 검색어의 다양성이 해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며, 형태소 해석에 의한 검색 행위도 '네이버 지식인'이라는 특정 서비스에만 유입되도록 함으로서 검색 다양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렸다. 여기에 네이버의 경우 자신들 내부의 컨텐츠를 검색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Web2.0 등장과 함께 제시되고 있는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